"개자식!"
'아키마루는 어디보자… 집안 사정으로전학, 이라고 되어있군. 뭐 듣자하니 조금 더 공부하기 편한 곳으로 이사한다고 했던 것도 같고. …그런데 하루나 모르고 있었던가?'
"아아! 정말 망할자식!"
'흐음. 그랬구만. 난 당연히 자네에게는 말했을 줄 알았는데말야.'
너무 화가나서 제어가 도무지 안됐다. 그 녀석-아키마루 쿄헤이-은 정말로, 나쁜놈이었다. 오갈데 없는 분노에 자신도 모르게 벽을 세게 걷어찼다.
"아! 젠장…"
역시 바보 같은 짓이었다. 애꿎은 발만 아파왔다. 그자리에 주저 앉아 욱신거리는 발을 꽉 눌러잡았다.
갑작스레 지난 여름의 일이 생각났다. 매미소리, 배트의 타격음, 환호소리. 몸에 와 닿았던 감각은 아직까지 손끝에 남아 있는데, 그녀석이 그때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어떤 말을 서로 주고 받았는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그 여름의 대회 이후로 나는 내 자신의 패배를 곱씹는 것 만으로 충분히 바빴었다. 사실 나는 그녀석이 좀 더 진지하게 야구를 해줬으면 하고 바랬다. 뭐라고 정확히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아키마루 그녀석이 좀 더 '나와'의 야구를 진지하게 생각해줬으면 할 뿐이었다. 그런데…
"비겁하게 도망이냐!"
몹시 화가 났다. 손끝이 저릿할 정도의 분노였다. 아아- 머리위로 열이 뻗쳐서 사고가 마비된 탓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분명 그랬을 것이다.
-꺄아악!
후두둑 복도의 유리창문에서 파편이 쏟아져 내렸다. 깨닫고 보니 손은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내게 있어 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잊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순간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었다. 피비린내는 생각보다 역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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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3년 전 글. 여름, 아키마루에서 이어지는 하루나 시점.
그리고...애송이같은 내 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로 이어지는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키마루는 하루나에 대한 질투심과 애정사이에서 방황. 결국 하루나에게서 도망을 간다.
하루나는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아키마루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야구를 가볍게 생각하는 아키마루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늘 바뀌지 않을까 다시금 기대했던 하루나..)
하지만 그에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긴시간 동안 옆에 있었음에도
자신이 아키마루에 대해 뭐하나 제대로 알고있는게 없다는 것에 충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섬세한 인종이 애초부터 될 수 없었기에 '알고 있는게 없다'에서 사고는 그치게 된다. 이유가 자신이었다고 생각하지는 못한 채, 그냥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정리하고 본인의 관점에서 이해해버린다.
서로와 만나지 못한채 제법 긴 시간이 흘렀다.
하루나는 역시나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가끔씩 텔레비전에서 그의 소식이 들려올만큼 유명인사가 되었다.
아키마루는 임상심리학과에 간다. 고등학교 시절 가능한 체육을 멀리하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임상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체육에 관련된 쪽에서 일하게 된다.
트라우마에 걸리거나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다시 운동을 하게 만드는 것.
조금씩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다시금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자신은 야구를 싫어했다. 아니 싫어했어야 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본다. 많은 부원들. 마운드. 야구 공. 사람들의 응원 소리. 그리고 하루나.
정말로 싫어했다면 그만두기 전까지 긴 시간동안 견딜 수는 없었을 것이다.
눈물이 흘렀다. 하루나를, 그를 만나야 했다.
뭘 할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뭐 긴 시간이 지난 만큼 사이좋게~ 행복하게~ 잘 될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상처에서 도망가는 것에서 직접 대면까지 할 수 있게 되서 이전보다는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된 아키마루. 하루나는 어쩐지 또 아베 때 처럼 쿨하게 아 그래. 미안했네. 그래도 그땐 네가! 뭐 이렇게 시원하게 넘어갈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녀석 나름대로 야구(즉 스포츠)를 버리지 않고 살아온 것에 화나면서도 납득하고 용서해버릴 것 같기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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