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로다니가 네코마한테 이기고 난 뒤로는 한동안 바쁘기도 하고 하이큐를 안봤는데,
최근에 변덕으로 애니 2기를 정주행을 하면서 다시 근황이 궁금해져서 전에봤던 곳 부터 다시 봤다.
전개는 전에 대략 예상했던 대로, 이타치야마-후쿠로다니가 먼저 올라가고 네코마가 개최지 특권으로 노헤비와 경기후에 올라오는 최상의 노선으로 갔다.
봄고에 과연 쓰레기장 결전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여기서 쓰레기장 결전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하이큐는 매력적인 캐릭터성과 배경을 지닌 3학년이 다 은퇴하고 다이아몬드 에이스처럼 약간의 흔들거림을 감수해야한다. 그래도 카라스노가 더이상 떨어진 강호교라고 불리지 않는 만큼 새로 들어오는 1학년의 수준이 꽤 높을 게 나름대로 예상이 가니, 히나타-카게야마 2학년 혹은 3학년 때 전국제패도 그렇게 꿈만같은 일은 아닐 것 같다.
전에는 약간 가는 선을 여러겹 사용한 것 같은(?)느낌에서 연재가 쭉 이어지면서 아이들 선이 간단하고 굵어진 느낌은 받았지만, 본래 캐릭터의 매력을 죽일 정도는 아니고 컷 배분이나 구도 같은 것은 전보다 훨씬 좋아진 것 같다. 매주 연재하면서 이렇게 무너지지 않고 쭉 하이템포의 만화를 연재하는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다가 지금은 도쿄예선도 끝나고 봄고 이전에 1,2학년 성장을 위한 전개부분인데, 잘못하면 늘어지고 재미없을 수도 있는 부분에서도 끊임 없이 복선의 회수와 새로운 복선의 등장, 그리고 배구 자체가 가지는 스피디함도 잘 살리고 있었다.
별 특별한 무기가 없는 녀석을 천재 혹은 파트너가 잘 살리는 전개는 여러 만화에서 차용하고 있는 설정이다. 하이큐의 경우는 처음에는 분명 그렇게 시작했을지언정 지금은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겨울 방학 합숙에 히나타와 카게야마를 분리시켜서 서로 각자 다른 것을 보고 배우고 있는 건가 싶다.
그리고 이전에 엔노시타를 주장으로 세우기 위한 복선이 여기저기 깔려 있어서 그게 와쿠난 전에서 완전하게 드러났다면, 나는 이번 합숙편에서는 히나타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복선을 후루다테 쌤이 보여줬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높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잘 지켜보다가 다른 선수에게 조언해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것, 그리고 보는 눈이 본능인지 감각인지 매우 좋아서 블록이든 리시브이든 수비에 있어서 어느정도의 발전이 있을 거라는 것. 볼보이를 하면서 등장한 이런저런 사건에서 유추해보면 3학년이 나가고나서 팀에 무언가 변화를 주겠다면 히나타가 아닐까. 싶다. 3학년이 없어진다는 걸 상상하는 거 자체가 참 가슴아픈 일이지만ㅠㅠ 현재의 히나타는 동일 신장의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서 레벨이 상당히 떨어지기도 하고 아직 발전도상국이라 지금 상태로는 어떤 형태든 이겨나가기 어려운 건 예견 된 것 같다.
아무튼 나중에 신 학년이 들어온다면 현 1학년 중에서 가장 아래 학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만한 사람이라고 하면 히나타밖에 없는 것 같다. 히나타가 주장이 되는 것도 완전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닌 것 같긴한데...
현재 전개상으로는, 예비유스에서 히나타와 비슷한 신장의 선수를 뚫어져라 관찰하면서도 또, 다른 세터한테 '범생이'라는 들은 것을 계속 신경쓰는 카게야마와 스파이크-블록-리시브에 대해 새로운 시점을 알게 되면서 단순한 감이 아닌 머리를 쓰기 시작한 히나타가 서로 만나서 무언가 또 새로운 변화를 보여줄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하이큐를 보다가 문득 생각난 다른 만화가 있다.
그나마 전에 좀 재밌게 보던 월드 트리거. 이 만화는 주인공 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는 내용인 모의전에 진입하면서 큰 줄거리 전개는 거의 없어지고 계속해서 신캐릭터나 팀만 등장하면서 완전 맥아리를 잃었다.
주인공의 성장은 물론 만화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리 주인공이 먼치킨이면 재미없다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하게 쩌리 같아도 흥미가 점점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노력도 복선도 없이 안보이는 곳에서 열나게 연습해서 강해졌습니다!! 는 독자를 질리게 만들 뿐. 월드 트리거가 지금 그런 위치에 서 있는 것 같다. 주인공이 너무 쩌리같은데 얘를 성장시키려면 모의 전투 뿐이고. 근데 다른 애들에 비해서 처음에 설정상 가진 게 없어서 급속도 성장은 꿈에도 못꾼다. 성장을 위한 과정, 수련, 연습도 독자가 재미있게 봐야하는 요소 중의 하나 임은 분명한데 거기서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으면 사실 그냥 덮어놓고 골수팬들 아니면 참고 보기 어렵다.
다시 하이큐 얘기로 돌아오자면, 아무튼 이렇게 200화가 넘도록 템포가 빠른 스포츠 만화를 연재하면서 무리스러운 기술이 등장하지 않고 (현실 배구는 더 사기 같다고도 하고..ㅋㅋㅋ) 언제든지 복선의 성립-회수를 잘 지키면서 모순점 없이 이어나간다는 게 진짜 대단하게 느껴진다.
장기로 가다보면 어디서든 모순이 나오기도 하고, 작가가 의도치 않은 곳으로 굴러가기도 하는데 하이큐는 아직까지는 노선을 매우 잘 지키면서 흥미와 속도감도 잃지 않고 있다.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하지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다시 오랜만에 보니까 이런저런 생각도 들고 재밌었다. ㅋㅋㅋㅋ 한국 정발판은 오역이 좀 많으니 담에는 원서로 단행본을 한번 모아봐야겠다. 한국에 책을 짊어지고 들어갈 걸 생각하면 지금은 좀 그렇고..내년에 한국 귀국하면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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